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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투자

전자책의 미래


1. 전자책과 종이책은 공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향후 몇 년간 전자책은 급속도로 보급 될 것입니다. 이미 각 통신사와 포털에서는 무료 컨텐츠를 이용한 판촉을 실시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보급과 더불어 전자책의 보급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자책이 음반 시장의 CD처럼 급속도로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1) 넓은 소비 연령층: 최소한 한국에서는 책 구매연령층의 상당수가 아직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다. 10~2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MP3 등장 당시의 음반시장과는 다르다 
(2) 가독성의 문제: 어려운 교양 서적이나 수험서 등 집중을 요하는 책은 상대적으로 전자책으로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일본의 경우 전자책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카테고리는 만화 카테고리이며, 국내 주요 전자책 유통업체에서도 무협 등 가벼운 장르의 판매 비중이 오프라인 서점 보다 높다

따라서, 전자책이 몇 년 내에 지금의 MP3와 같은 지배적인 형태의 미디어가 되지는 않을 것 으로 보입니다.

                                          전자책 Penetration 전망. 2013년 전 세계적으로 약 16% 예상, 한국은 이보다는 높겠죠

2. 다양한 새로운 유형의 컨텐츠가 등장할 것이나, 대세는E-Pub 형태가 될 것 

내년에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컨텐츠들이 더욱 활발하게 등장 할 것입니다. 국내 외 출시된 다양한 App book 및 Interactive book들은 향후 (1) 멀티미디어 (2) 웹 및 소셜 연동, (3) 쌍방향성 이라는 큰 축을 바탕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삼성전자에서 네이버 웹툰 작가들과 기획한 '탭툰'의 한장면

                                  'Social Books' App. 상호간 Book shelf를 볼 수 있고 책에 대한 커멘트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고 있는 이러한 App book/Interactive book 등 새로운 형태의 책들은  현재의 e-Pub 기반의 일반적인 전자책에 비해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들고(5~10배, 또는 그 이상), 기존 수동적이고 활자 중심적인 '독서' 라는 소비자의 습관과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Majority를 차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프리미엄 소장용 버전 시장이 Niche market으로 형성되는 정도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현재의 App book 형태 보다는 E-pub 표준이 점차 업그레이드 되면서 멀티미디어성, 쌍방향성, Social과의 연동을 단계적으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3. 유통의 승자는 없다

이미 통신사업자들과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은 대형 무료 판촉을 실시하며 E-book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무료제공==>트래픽 유도==>광고 단가 증가라는 기존의 수익모델을 답습한다면, 가격 파괴를 초래하여 유통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은 매우 어려워 질 텐데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통신사 이외에도, E-book 유통은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 진출 가능한 업체들이 많습니다. 알라딘, Yes24등 기존의 온라인 서점들은 기존 고객을 활용한 시장 진출이 용이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리디북스와 같은  E-book 전문 업체 역시 선도 진입자의 이점을 이용하여 활발하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자책 시장은 현재의 음원 시장처럼 통신사, 대형 포털, MP3전문 유통사가 혼재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 순위, 코리안클릭

걱정되는 것은 오프라인 업체들입니다. 마치 냄비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물이 데워지고 있으나, 아직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교보문고는 얼마 전 E-book reader를 발표했으나 가격 및 품질에서 기대에 매우 못미치는 수준으로 드러났으며, E-book app의 홍보도 통신사나 포털에 비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풍이나 반디 앤 루니스도 상황은 비슷한데, 이대로 가다가 자칫하면 미국 Borders 파산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 중 하나였던 Borders가 파산 신청을 했다

4.  출판물 시장의 외형 확대

전자책은 기존 책 대비 구매의 장벽이 낮고 소비자 접점이 훨씬 많아 권 수 기준으로 도서시장 확대의 여지가 큽니다. 또한 해외 유통이 용이하여 좋은 판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는 이를 해외진출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소설, 웹툰 등 컨텐츠의 수준은 세계적이므로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네이버 웹툰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화이팅!

또한, E-book이 활성화 되면 출판 비용이 낮아지고, 그만큼 재정적으로 어려운 중 소형 출판사 및 개인들에게 출판의 기회가 늘어 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Moglue와 같은 솔루션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으나,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려면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방대한 Ecosystem이 조성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Interactive E-book builder '모글루'의 설명서

창출된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가장 큰 수혜자는 양질의 IP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포털 이라고 생각합니다. E-book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모두가 최소 하나는 가지고 있는 Digitalized terminal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컨텐츠를 공급하고, 생산자 입장에서는 물리적 유통 과정을 전부를 제거하여 책의 구매 및 유통 비용을 크게 낮추는 것이므로, 결국 절대적인 서적 소비의 수량적 증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book 보급이 괘도에 오르면 출판사에 의한 기존 Best seller의 재판매, Special edition 판매, 번역물의 해외 출판 등이 활발히 이루어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Edit(2013/2/24): 현재 여전히 유통의 확고한 승자는 없는 상황이며 시장은 천천히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스타트업이 속도의 이점을 누리기 어려우므로 교보 등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book이 성장하고 있더라도 인당 독서량이 역성장중인 상황에서 성장하는 시장으로 봐야하는 지 자체도 의문입니다  


Written by Hyunjong Wi
전 McKinsey & Company Consultant, 현 Softbank Ventures 책임 심사역.  Twitter: @Jasonwi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