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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경영

벤처투자자가 본 위플래쉬



필자는 대학생때 재즈 밴드를 꽤나 열심히 했었다재즈는 흉내만 내는데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지라 꽤 오랜 기간동안 연습에 몰입했던 경험이 있다그래서, 최근 화재가 되고 있는 위플래시를 보면서 많은 부분이 공감도 되고 감동도 있다

 

 위플래시는 파이오니어가 되기 위한 노력, 집중,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재즈 연주는

그 자체로도 어렵고 영화에 등장하는 '찰리 파커[각주:1]' 와 같은 위대한 창조자가 되기는 수천 배 더 어렵다. 예술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가 인류의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거장이 되고자 하는 현대의 재즈 연주자들은 어찌 보면 저주받은 존재이다. 60년간 갖추어져 온 모던재즈의 문법과 연구를 벗어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작품의 존재, 아티스트의 존재는 과거에 존재하던 것의 한 변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앤드류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거장이 되기 위해 예쁜 여친도 헤어지고 손에서 피나도록 드럼을 치다가 드럼을 부숴버리고 자동차에 치이기까지 한다. 

 

 영화는 플래처의 'Not my tempo'에 대해 앤드류가 'I will cur you'[각주:2]'를 외치기까지의 과정이다.'I will cue you'를 말하게 한 것은 이판사판의 용기이고 이 덕분에 앤드류는 온전히 자신의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간의 노력과 연습, 좌절이 모두 녹아있는 자기 자신의 연주를 펼치게 되었을 때 플래처는 비로소 앤드류를 인정하고 앞으로 밀린 심벌 스탠드를 잡아준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창조자는 누구나 앤드류와 같은 불안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싶다(물론, 영화에는 영화적 과장이 꽤나 섞여있다. 하지만 본질을 단순화하여 잘 표현했다고 본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연구되어 있다. 나의 작품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고 누구는 내 것을 베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I will cue you'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류에 대한 공헌을 논할 수 있게 된다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좌절과 짜증과 자신감과 용기가 기묘하게 섞인 결단의 시간이 오는데 영화의 마지막은  순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수많은 시간 동안의 준비, 고통, 노력의 현실화는 한 순간이며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그 용기가 없다면 모든 것은 그저 과정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위대한 사업가도 마찬가지, 위대한 사업가는 그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기업가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스스로 리드하고 용감하게 결정한다. 외부 사람이나 투자자의 의견만 듣다가는 자칫하면 'Not my tempo' 5시간동안 들으면서 손이 피떡이 되도록 연습한 후 결국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쫓겨난 앤드류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플래쳐 교수가 찰리 파커가 아니듯 투자자들도 스티브 잡스는 아니므로 'Not my tempo' 라고 말할 수 있을 뿐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아리스토텔레스도 덕중의 최고의 덕은 용기라고 했다


Written by Jason Hyunjong Wi


Principal at Softbank Ventures



  1. 모던 재즈의 창시자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알토 섹소포니스트로 불림. 'Bird' 라는 별명으로도 유명 [본문으로]
  2. '시작 신호를 자신이 주겠다' 정도의 의미. 쉽게 얘기하면 나 따라 오라는 뜻 [본문으로]